1943년 4월 26일 프랑스 남동부의 아름다운 휴향지 니스에서 출생했다.
어릴 때부터 음악의 세계에 매료되어 9살 때부터 아코디언을 배웠으며 살던 동네의 지방 오케스트라에 연주가로 나서기도 했다.
마르세이유에서 50년대의 유명한 샹송 가수였던 끌로드 고아티를 만나 그녀를 따라 파리로 옮겨가 몽마르뜨에 정착한다.
그는 거기서 이브 몽땅, 에디트 삐아프 등과 같은 유수의 샹송 가수들을 만나 그들을 위해 편곡자와 작곡자로 일한다.
그는 특히 당시 자신보다 거의 20세가 많던 가수 에디트 삐아프와 염문을 뿌리기도 했다.
파리에서 많은 음악인들과 친분을 쌓던 그는 끌로드 를로슈 감독을 소개받고 영화음악을 작곡하게 된다.
66년 끌로드 를로슈 감독의 영화 <남과 여>가 깐느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골든 글러브의 외국어 영화상을 휩쓸면서 프란시스 레이도 명성을 얻는다.
흑백과 칼라화면의 사용, 대사가 거의 없는 배우들을 잡은 정적인 장면과 카 레이싱을 잡은 동적인 장면 등으로 줄거리 없이 CF와 같은 이미지로 연결되는 이 영화에선 음악없이 영화도 없다고 말할 정도로 프란시스 레이의 음악이 중요하다.
피에르 바루와 니콜 크라우질이 듀엣으로 부르는 주제곡 "남과 여"는 샹송의 분위기에 보사노바풍의 리듬을 섞었으며 속삭이는 듯한 멜로디가 계속해서 반복되는 유명한 곡이다.
프란시스 레이와 끌로드 를로슈 감독은 <파리의 정사> <하얀 연인들> <사랑과 슬픔의 볼레로> <남과 여 20년후> <아름다운 이야기> 등 20편 이상의 영화에서 콤비로 일한다.
그 외에 르네 끌레망 감독의 <빗 속의 방문객>이나 미셀 브와롱 감독의 영화로 명성을 쌓아간다.
<러브 스토리>(70)에서 주인공 제니퍼 역에 캐스팅되었던 알리 맥그로우는 파라마운트사의 사장이었던 남편에게 프란시스 레이를 추천한다.
결국 그는 <러브 스토리>의 음악을 맡아 이 영화의 오리지널 스코어로 아카데미와 골든글러브 음악상을 수상한다.
영화의 주제곡 Theme from love story 는 애잔하고 친근한 멜로디로 영화와 함께 큰 인기를 끌었다.
애잔한 주제곡과 함께 그 유명한 눈밭 장면에서 흘러나오는 밝고 로맨틱한 Snow Frolic은 눈과 연인을 대표하는 음악으로 자리잡았다.
그의 음악은 미국적인 느낌의 팝도 아니고 재즈나 클래식에 속하지도 않는다.
초기 샹송가수들의 작곡자로 일을 했던 경력과 무관하지 않은 샹송 풍의 멜로디에 때론 고전악기 챔발로를, 때론 여성의 보컬을 넣어 항상 프란시스 레이만의 달달한 음악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러브 스토리> 이후 그 영화의 속편이라 할 수 있는 <올리버 스토리> 등 몇몇 소수 미국 영화에서 음악을 맡았지만 할리우드 영화로는 다시 빛을 발하지는 못했다.
실비아 크리스탈을 최고의 섹시스타로 만든 영화 <엠마뉴엘>로 대표되는 일련의 에로틱한 유럽영화들은 대게 아주 달콤하고 듣기 좋은 음악으로 유명하다.
프란시스 레이가 바로 그런 영화에서 실력을 십분 발휘했다.
<러브 스토리>(70)로 할리우드에 가서 한 판 크게 하고 온 프란시스 레이는 다시 프랑스로 돌아와 실비아 크리스탈 주연의 로망 포르노그래피 <엠마뉴엘>(74)의 음악을 맡는다.
이 영화가 크게 히트를 친 후 1970년대 <엠마뉴엘 2>(75) <빌리티스>(77) <패션플라워 호텔>(78) 등 일련의 유럽산 로망 포르노그래피의 음악을 담당한다.
이런 영화의 음악은 프란시스 레이 특유의 로맨틱한 특징을 잘 살려 영화와는 별도로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다.
특히 <엠마뉴엘 2>나 <빌리티스>의 음악이 사랑을 받아 OST 앨범이 꽤 많이 팔렸다.
80년대 들어서 프란시스 레이는 끌로드 를로슈 감독과 함께 영화음악을 계속해 나간다.
하지만 끌로드 를로슈 감독이 천재란 평가를 받았던 <남과 여> 이후 소위 말해 줄창 죽을 쑤면서 프란시스 레이도 예전 같은 명성을 이어가지 못한다.
그래도 프란시스 레이는 영화음악가로서 명성을 가져다준 그와 함께 <사랑과 슬픔의 볼레로>(81) <남과 여 20년후>(86)를 거쳐 <아름다운 이야기 La belle histoire>(92) <모든 일은 그것 때문에 Tout ca... pour ca!>(93) <레 미제라블 Les Miserables>(95) 그리고 가장 최근의 <모두를 위한 하나 Une pour toutes>(99)와 같은 작품에서 여전히 함께 일하고 있다.
최근의 작품으로는 빛을 못 보고 있지만 프란시스레이가 영화음악가 초반 시절에 남긴 두 편의 가장 큰 히트작 <남과 여> 또는 <러브 스토리>의 테마음악은 아직도 변함없는 사랑을 받고 있다.
최근 영화에 그가 거의 무려 30년 전에 만든 그 음악이 여전히 종종 사용되곤 하니까. 특히나 한국에서 유독 사랑받았던 그의 음악은 TV 코미디 프로그램에도 쓰였을 정도다.
프란시스 레이는 이제까지 살펴본 음악가들과는 달리 미국적인 팝 음악 또는 거대한 오케스트라 연주, 또는 철학적이고 깊은 음악은 아니지만 유럽 출신의 음악가로서 전세계 대중에게 두루 사랑을 받은 영화음악가이다.
특히 그는 <남과 여> <러브 스토리> 두 음악만으로도 연인들을 위한 달콤한 영화음악이라는 분야에선 그 누구도 따라갈 수 있는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