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발디의 사계는 '화성과 인벤션의 시도' 라는 제목이 붙어있는 비발디의 바이얼린협주곡집 Op.8의 1-4번 까지의 네 곡, 즉 '봄' '여름' '가을' '겨울' 을 묶어 일컫는 말입니다.
사계는 멜로디가 아름다워 대중의 굉장한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 외에, 중요한 몇 가지 의의를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 바로크 시대의 고유한 형식인 '콘체르토 그로소'에서 탈피해 고전주의시대에 그 정형을 확립하는 '독주 협주곡' 형태를 지니고 있다는 점입니다. 두 번째 고음악 이야기에 있는 '사계-봄'의 악보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사계는 독주바이얼린과 제1, 제2 바이얼린, 비올라, 콘티누오로 구성된 현악5부의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바로크 시대의 협주곡은 여러개의 독주악기가 참여하는 '콘체르토 그로소(대협주곡)' 의 형태를 취하고 있는 데 반해 '사계'는 바이얼린만을 독주악기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둘째, 당시에 일반적이지 않았으며, 고전주의를 지나 낭만주의 시대에 활성화되기 시작하는 '표제음악적 성격'을 띄고 있다는 점 이예요. 사계는 협주곡으로서는 최초로 표제음악을 내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기념비적이라 할 수 있어요.
사계의 네 협주곡에는 각각 '봄' '여름' '가을' '겨울' 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으며, 각 악장의 악보위에는 '소네트 (시의 한 형식으로서 14행 시를 일컫습니다.)' 가 제시되어 있습니다. 다시 말해 이 네 협주곡은 작자미상의 소네트를 기초로 이탈리아의 사계절에서 느낄 수 있는 인상이나 자연의 변화를 대단히 시각적, 묘사적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사계'는 표제음악(묘사음악)이기 때문에 알고 들으면 그냥 들을 때보다 보다 생생한 즐거움과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1 : Movement' Sonnet (Allegro E-major) 봄 제1악장
유명한 봄이 옴을 알리는 테마가 현악 총주되면서 시작됩니다. 독주바이얼린, 제1 제2 바이얼린 파트의 '트릴
기법' 으로 작은새들의 지저귐이 묘사되고, 바이얼린의 16분 음표 음형으로 샘물이 솟아오르는 모습을 묘사하
고 있으며, 천둥과 번개는 투티와 현악기들의 32분음표
'트레몰로기법'으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2 : Movement's Sonnet (Largo E-major)봄 제2악장
꽃이 만발한 목장에서는 나뭇잎이 감미롭게 속삭이고,
주인에게 충실한 개는 따뜻한 양지에서 졸고 있는 목동 옆에서
가끔 허공을 향해서 짖는다.
솔로 바이얼린이 목장에서 한가로이 쉬고 있는 목동들의 노래를 부르고, 그 배경에는 현약약주가 바람에 스쳐
흔들리는 나뭇잎들을 그리고 있습니다. 비올라가 pp 의 점음표로가끔 허공을 향해 짖는 개를 표현하고 있네요.
3 : Movement's Sonnet (Allegro E-major)봄 제3악장
즐거운 피리소리에 맞추어 님프와 목동들이 춤을 추며 봄날을 즐긴다.
백파이프의 반주에 맞추어 흥겹게 춤추는 농부와 양치기들의 축제를 묘사하고 있는데,처음의 투티(총주)가
백파이프의 소리를, 이어서 나타나는 바이올린의 솔로가 즐거운 춤의 장면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네번의 투티와 각각의 사이에 솔로바이얼린의연주가 등장하는 전형적인 '리토르넬로 양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 여름 'L'Estate (Summer)
1 : Movement's Sonnet (Allegro) 여름 제1악장
Allegro의 빠른 악장. 전반부에 가축과 사람을 지치게 만들고, 또 푸른 들판의 나무와 풀들까지도 붉게 물들
이는 폭염을 권태롭게 묘사하는 짧은 모티브로 시작하는데, 이어, 솔로바이얼린이 비둘기의 울음소리를,
현악약주가 산들바람을 묘사한 후 32분음표로 연결되는 격렬한 폭풍으로 곡을 끝맺습니다.
2 : Movement's Sonnet (Adagio) 여름 제2악장
천둥이 요란하게 울리고 놀란 가축들은 두려움에 떤다
2악장은 22마디에 불과한 짧은 간주곡(패지시)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폭풍전야의 불안한 생태를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는 악장입니다. 사람을 공포와 불안으로 몰고가는 번개와 천둥을 트레몰로 강주로 표현하고 있고,
이후에 솔로바이얼린은 귀찮고 성가신 파리와 모기떼의 극성을 익살스럽게 표현해내고 있네요
3 : Movement's Sonnet (Presto) 여름 제3악장
번개가 번쩍이는 하늘에서 천둥이 울리고 싸락눈이 내려 여문 곡식들을 망쳤다.
갑자기 들이닥친 푝풍을 묘사한 것이다. 무시무시한 번갯불과 천둥소리가 들리고 폭우가 쏟아진다. 이로써,
애써 가꾼 농작물에 엄청난 해를 주고 사람들이 걱정하는 모습을 묘사한다. 비스듬히퍼붓는 하행 패시지나,
트레몰로를 강주하는 현악합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 가을 L'autunno (Autumn)
1 : Movement's Sonnet (Allegro) 가을 제1악장
풍요로운 수확의 계절을 맞아 춤과 노래가 온 마을을 들뜨게 하는 장면이 합주 주제로 제시되고 그 가운데
술취한 술주정꾼의 비틀거리는 모습이 Largetto 의 솔로바이얼린으로 연주됩니다..
2 : Movement's Sonnet (Adagio) 가을 제2악장
1. 춤과 노래는 기쁨을 더해주고 잔잔한 산들바람은 사람들의 기분을 더욱 좋게 한다.
2. 달콤한 잠은 피로를 씻어준다
수확과 축제가 끝난 후 상콰한 가을밤의 달콤한 잠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콘티누오의 낮고 인상적인 분산화음
(아르페지오)의 반주 위에 현악기들의 부드럽고 고요한 칸틸레나(가악적인 노래)가 끝없이 이어지는데, 이
악장에서는 솔로바이얼린 마저도 시종 다른 현악기들과 평행하게 움직이고 있는게 특징입니다.
3 : Movement's Sonnet (Allegro) 가을 제3악장
1. 새벽이 되자 사냥개를 앞세운 사냥꾼들은 뿔피리와 총을 들고 사냥에 나선다.
2. 짐승들이 놀라 도망가고 사냥꾼과 개는 그 뒤를 쫓는다.
3. 드디어 지쳐버린 짐승들은 헐떡이며 쓰러진다.
사냥의 장면이 묘사되고 있는데, 뿔피리를 연상시키는 5도 음정의 주제로 게시되고, 사냥꾼은 이른 아침 일찍
소리 높게 뿔피리를 불면서 사냥을 나간다. 이후 소네트가 차례로 묘사된 후, 처음의 장면으로 다시 되돌아가
끝나게 됩니다.
오케스트라의 투티는 씩씩한 발검음 소리를 들려주고 있으며, 현악기들의 더블스토핑기법(겹음주법)은 뿔피
리 의 소리를 묘사하고 있고, 처음 낮은 음에서 점점 높아지는 총소리, 이어지는 트레몰로에 의한 개 짖는
소리는 너무나 상징적입니다. 솔로바이얼린에 의해서 서서히 끊어지는 상처받은 동물의 숨결이 애처럽게
연주되고 있네요.
* 겨울 L'inverno (Winter)
1 : Movement's Sonnet (Allegro) 겨울 제1악장
겨울의 심한 추위와 휘몰아치는 바람이 묘사된다. 이러한 가운데 너무나 추워서 동동걸음을 하며 이를 부딪
치는 모습이 대단히 묘사적으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첼로로부터 비올라를 거쳐 제2 바이얼린, 제 1바이얼린으로 이어지는 투티(점점 짧은 음형으로 변화)과
차가운 눈 속에서 점점 엄습해오는 추위를 묘사하고 있고, 이어지는 솔로바이얼린은 매서운 겨울 바람을
묘사하고 있으며, 제2의 투티는 동동걸음을, 제 2의 솔로부분은 32분 음표의 연속되는 패시지로 이를
부딪치는 모습을 대단히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발을 동동 구르며 이를 부딪치는 장면이 너무 장난스럽지 않나요 ^ ^
2 : Movement's Sonnet (Largo) 겨울 제2악장
난롯가에서 조용하고 한가한 나날을 보낸다.
창 밖에는 차가운 비가 내려 만물을 촉촉히 적셔주고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합주 바이올린의 피치카토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빗줄기를 환상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것을 반주로 하여 난로가에서 정담을 나누며 창을 통해 비내리는 모습을 바라보는 훈훈한 모습을 솔로바이
얼린이 그려내고 있는 매우 아름답고 따뜻한 악장입니다.
3 : Movement's Sonnet (Allegro non molto) 겨울 제3악장
얼음위에서의 사람들의 유쾌한 모습으로부터 시작되어 짧게 봄을 예감한 후, 닫혀진 문밖으로 몰아치는
찬바람을 통해 겨울을 재인식시키며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순서로 진행됩니다.
처음의 솔로바이얼린은 얼음위에서의 조심스러운 행동을 표현하고 투티는 살금살금 조심스러운 걸음걸이와
급기야 뛰는 모습, 개어져 무너지는 얼음 등을 그려내고 있으며, 느린 템포로 바뀌면서 잠시 온화한 분위기로
급전하면서 닥쳐올 봄을 예감한 다음 다시 찬바람이 몰아치는 투티로 곡을 끝맺습니다..
*비발디, 안토니오 Antonio Vivaldi(1678 ~ 1741 / 이탈리아)
안토니오 '비발디'는 1678년 베네치아에서 태어나 1741년 빈에서 세상을 떠난 이탈리아의 위대한 작곡가인 동시에 뛰어난 바이올린 연주가 였으며, 또한 교육가이기도 하였다. 1703년 카톨릭 성당의 사제로 출발하였으나 건강이 나빠져 1년 후에 물러나 그 후로는 전적으로 음악에 헌신하였다. '비발디'는 붉은머리였기 때문에 항상 '빨강머리의 사제'라고 불리웠었다. 그리고 1703 ~ 1740년까지 베니스의 여자 고아원인 피에타 음악학교의 지휘자 겸 작곡가, 교사, 음악 감독을 역임했었다. 그는 이 학교를 위하여 모테트와 칸타타, 오라토리오 등을 작곡하였다. 특히 '비발디'가 결정한 3악장(알레그로-아다지오- 알레그로)에 의한 협주곡 형식은 J.S.Bach에게 영향을 주어 바로크 시대의 가장 중요한 협주곡 형식이 되었다.
비발디는 미사절례를 앞두고도 온데간데없이사라지기 일쑤였다고 한다. 사방을 찾아다니노라 면 수도원 으슥한 구석에서 바이올린이나 켜고 있는 것을 발견하곤 했다니, 결코 모범적인 사제는 아니었 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작곡가겸 바이올리스트로서의 그의 명성은 이미 전 유럽에 퍼져 있었다. 25세 때는 피에타 여자 음악원의 바이올린 교사로 임명되었다. 여성으로만 구성된 그 곳의 오케스트라는 상당히 수준이 높아 그 녀들을 위해 많은 곡을 작곡하기도 했다.
'똑같은 곡을 1백곡이나 써갈긴 사람이다.' 이것이 험담가로도 유명한 후세의 스트라빈스키가 비발디를 가르켜 비꼬아 한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비발디는 교회용, 행사용 등등으로 몇 개 악장으로 되 꽤 긴 곡 을 평균 2,3일에 한 곡씩은 써야 할 처지였다. 사보가들이 미처 따라오지 못할 만큼 초고속으로 작곡을 해댄 결과 그는 협주곡만 해도 450곡이나 남겼으니 그게 그거라고 할 정도로 서로가 엇비슷해질 수밖에. 45세 무렵 비발디는 안나 지로라는 여가수를 알게 되어 순회공연까지 함께 다녔다. 당연히 사제로서 미사를 빼먹는 일은 더욱 잦아졌고, 그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길이 고울 리 없었다. 베 네치아에서의 그의 평판은 갈수록 땅으로 떨어졌다. 결국 그는 고향을 떠나 유럽 각지를 전전해야 했다. 오스트리아의 빈에서 극도의 빈곤 속에서 객사한 것 은 그의 나이 63세 때였다. 피붙이라고는 없었던 그를 기다리는 곳이라고는 빈 변두리의 쓸쓸한 빈민묘지 뿐이었다.
비발디의 음악은 한때는 잊혀져가는 듯했지만 2차 대전 이후로 다시 소생해 세인의 사랑을 받 고 있다. 특히 이탈리아 실내악단에서는 그의 각종 악곡들을 빼놓을 수 없는 스탠더드 레퍼토리로 삼고 있다고 하며, '비발디'의 협주곡 중에서 제5번 A장조 '바다의 폭풍우', 제6번 a단조 '즐거움', 제7번 D장조, 제18번 g단조, 그리고 '사계'는 너무나 잘알려진 곡이다. 이 사계는 베토벤의 '전원' 교향곡의 선조가 된 곡으로 알려져 있다.
이무지치 실내악단 :
이탈리아어로 음악가들(The Musicians)'이란 뜻을 가진 현악 합주단 '이 무지치(I MUSICI)'는 이탈리아의 명문 산타 세칠리아 음악원을 졸업한 12명의 촉망 받는 음악인들로 1952년 창단되었다. 당시 로마합주단(1947년)이라는 바로크 전문 연주단체가 활동하며 세계적 명성을 떨치고 있었으나, 이 무지치의 출현과 함께 그 빛이 퇴색하고 말았다. 음악계에 쇼킹한 사건으로 받아들여지는 등장을 한 이후, 이 무지치는 이탈리아뿐만 아니라 세계를 대표하는 실내악단으로서 어느 한 순간도 정상의 자리를 양보한 적이 없다.
'이 무지치가'가 자랑하고 있는 바로크 음악의 진수인 비발디의 <사계>는 일본에서만도 3백여 만장의 디스크가 팔리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워 세인들을 놀라게 한 바 있으며 1983년 '이 무지치'의 모든 단원은 전 세계에 걸쳐 천만 장이 넘는 레코드 판매를 기념하여 필립스 음반사로부터 다이아몬드가 박힌 백금 레코드를 받았다. 그들이 연주한 최초의 비발디 『사계』레코딩은 아직도 가장 잘 팔리는 음반 항목 중 하나이고, 가장 최근의 『사계』녹음은 1989년에 있었는데 다섯 개의 매체(레이저디스크, VHS, CD, MC, LP)로 동시에 발매되어 음향과 영상에 있어 이탈리아의 진수를 표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이 무지치'는 1952년 베니스 음악제, 영국의 에딘버러 음악제 등 유럽의 저명한 음악제에 참가하여 그 연주실력을 인정 받았으며, 세기의 지휘자 토스카니니로부터 "세계 최고의 실내 합주단"이라는 격찬을 받은 것을 비롯해, 미국 음악비평의 태두로 불리는 버질 톰슨으로부터 "세계가 지금까지 들어온 중에서 가장 최고의 실내악단이며 그 연주야말로 '완벽'이란 두 글자로 밖에 표현할 수 없다."는 극찬을 받기도 했다.
또한 뉴욕타임즈의 로버트 셔먼 기자는 이 악단을 두고 "완벽성과 명확성을 유지하며 완벽한 음향을 내는 그들의 역량에 항상 감탄하고 있다. 또 이 악단은 표현, 균형감각, 섬세한 명암의 대비를 잘 갖추고 있으며 리듬의 절제를 잃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잘 조화된 선율 감각을 유지하고 있다."고 호평했다.
바이올리니스트 6명, 비올리스트 2명, 첼리스트 2명, 더블베이스와 쳄발로 주자 각 1명으로 구성된 '이 무지치'는 바로크 시대부터 현대음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레퍼토리를 갖추고 창단 이후 50여 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전세계 음악팬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