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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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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07 22:50:15, 조회 : 4,859, 추천 : 1033 |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백화수복_白花壽福
해마다 설날과 추석이 오면 판매량이 급신장하는 주류가 있습니다. 주부들 사이에서 흔히 '정종_政宗'으로 통칭되며 차례상에 올리는 청주_淸酒가 그것이죠.
유교적 제례의식이 전국적으로 확대되어 위로는 사대부로부터 아래로는 일반 백성까지 제사를 지냈던 조선시대에 제사상에 올리던 술은 각 집안에서 만들어오던 가양주_家釀酒였습니다. 가양주는 지역마다 가문마다 맛과 향이 달랐지만 기본적으로 탁주가 아닌 청주 형태의 술이었으며, 최고의 원료를 사용하여 정성을 다해 빚었던 술이었습니다. 그래서 현재 전해내려오는 고급 전통주 중에는 원래 가양주였던 것이 많답니다.
경주 교동법주_慶州校洞法酒는 경주 최부자집의 가양주이며, 호산춘_湖山春은 황희 정승 집안의 가양주이고, 추성주_秋成酒 역시 담양의 양대수씨 집안에 전승되어오던 가양주였죠. 이 외에도 수 많은 훌륭한 가양주들이 만들어져서 집안에서 제사를 지낼 때나 귀한 손님들을 맞이할 때 사용되었고, 더러는 외부로 판매되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조선시대가 끝나면서 가양주 문화는 사라지고 맙니다. 일제시대에 들어와 조선총독부에서는 술에 세금을 매기고 허가 없이 집에서 마음대로 술을 빚지 못하게 했으며, 해방 후 군사 독재 시대 때는 식량 수급을 원할히 한다는 명목 하에 양곡관리법을 만들어 쌀로 술을 빚지 못하게 했습니다. 이렇게 되어 쌀로 만들어지는 가양주들은 급속하게 사라지게 되었고, 막걸리도 쌀 대신 구호물자로 들어오는 밀가루로 만들어지게 되었죠.
가양주를 빚지 못하게 되었어도 여전히 제사를 지낼 때 제사상에 올리기 위한 좋은 품질의 술은 필요했습니다. 조상을 공경하기 위해 지내는 제사상에 일할 때 마시는 막걸리나 술공장에서 싸게 나오는 희석식 소주를 사용할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당연히 제사상에 올릴 술로는 쌀로 만든 고급주인 청주가 필요했기에, 정부에서는 한정된 회사에서만 쌀로 술을 빚어 청주를 만들도록 했습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일제 때 군산에 지어진 술공장을 인수하여 1945년 설립된 '대한양조'였습니다.
대한양조는 1963년에 당시로서는 특급 청주인 백화수복_白花壽福을 생산하기 시작했으며 백화수복은 제례주로서, 또 고급술로서 인기리에 팔려나갔습니다. 백화수복의 인기가 너무 좋자 대한양조는 1967년에 '백화양조'로 회사 이름을 바꿀 정도였죠. 하지만 시대의 변화에 따라 소주가 인기를 끌고, 고급술 시장에서는 위스키 같은 양주가 선호되면서 청주의 소비는 점차 줄어들게 됩니다.
백화양조는 한 때 국내 주류회사 중 가장 큰 회사였으나, 청주의 수요가 감소하면서 경영이 어려워지고 위스키 시장에서 '베리나인 골드 킹_Valley 9 Gold King의 마케팅 실패로 인해 결국 1985년에 두산그룹에 인수됩니다. 이후 백화수복은 두산그룹의 계열사인 두산주류에서 관리하여 만들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최근 두산 그룹은 중공업 위주로 그룹의 조직을 개편하면서 맥주, 소주 같은 다른 주류 제품들과 함께 백화수복을 롯데로 넘겨버리죠.
롯데에서는 2011년 신묘년을 맞아 새롭게 디자인을 개선한 백화수복을 시장에 내놓았는데, 라벨, 병 뚜껑, 포장 박스를 기존의 하얀색에서 은은한 금색으로 바꾸고, 병뚜껑을 감싸는 비닐 포장재인 캡씰도 금색으로 새롭게 만들어 전체적으로 고급스러움을 더했습니다.
그래서 이전의 백화수복하고는 모양이 조금 달라졌죠. 하지만 내용물까지 바뀐 것은 아닙니다.
백화수복은 쌀과 밀누룩을 사용하여 만드는 전통 청주는 아닙니다. 30% 정도 깎아낸 쌀과 입국_粒麴을 쓰고, 여기에 알코올 95%로 된 주정_酒精을 섞어서 만드는 일본식 청주이지요. 주정을 넣는 이유는 양을 늘리기 위한 목적 외에 알코올에 약간의 단맛이 있기 때문에 술에 감미를 더하기 위해서입니다. 현행 주세법에는 쌀을 발효하여 나온 알코올 양의 두 배까지 주정을 넣을 수 있지만, 너무 많이 넣게 되면 알코올 도수가 높아지면서 술맛이 강해지기 때문에 백화수복은 쌀 발효 알코올과 주정을 1대 1.4의 비율로 혼합하고 넣고 있습니다.
처음 백화수복의 이름을 달고 나온 이래 47년간 생산되면서 한때 국내 청주 시장의 90%를 점유하는 등 정상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었던 백화수복이지만, 요즘은 여러 회사에서 나오는 새로운 청주의 공격을 받으며 점차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나이드신 분들에게는 청주의 대명사로, 또 통칭 '정종'이란 이름으로 백화수복의 인기는 여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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